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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tier de Villatte

아스티에드 빌라트

파리 생토노레 길가에 아주 묘한 가게가 있었다.

어느 때인가 부터 생토노레(Saint-Honore) 길가에 아주 묘한 가게가 생겼다. 20여 년을 파리에 다니면서 언제라고는 기억도 안나지만 내 눈을 끄는 아주 아름다운 숍이 조용히, 그러나 강렬하게 눈길을 끌었다. 그 집은 간판도 없고 그렇다고 화려한 디스플레이로 제품이 꾸며진 것도 아니었다. 안에 들어가면 어두컴컴하면서도 단조로운 내부에 마치 해리 포터의 비밀의 문으로 들어가는 느낌까지 들었다. 어둠 속에서 하얗고 뽀얀 접시들이 벽에 걸려 있는 모습은 마치 로체스터가 처음 제인에어를 만났을 때의 느낌이랄까. 음침한 어둠 속에서 하얀 피부톤의 제인에어는 너무 예쁘지도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로체스터의 마음을 앗아가기에 충분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제인에어처럼 아스티에드 빌라트의 접시들은 고요하고도 고상했다.
처음엔 몰랐다. 그것이 아스티에드 빌라트라는 것도 모른 채 매번 기분이 좋아지는 라이프 스타일 숍이라고만 생각하고 지나쳤다. 지금이야 라이프 스타일이다 뭐다, 세상의 오만 브랜드가 서울 안에서도 볼수 있지만 예전에는 서울에서 무언가를 보기란 힘들었다. 이후 출장이나 촬영을 가면 꼭 들러 나의 감성과 감각을 채워 주었다. 그리고 한동안도 별 관심없이 다녔다. 꽤 비싼 가격에 어린 내게는 머나먼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눈을 끄는 결정적 사건이 생겼다. 당시 파리에 살던 남자 친구와 싸우고 한 밤중에 거리를 헤매던 나는 뭔지 모를 하얀 덩어리에 끌려갔다. 창가에 디스플레이 된 작고 하얀 새는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울고 있는 내 마음에 살포시 들어 와 앉았다. 어찌나 작고 예쁘던지!
다른 도자기 새들은 너무 매끄럽고 정교해서 손이 가지도 않는다. 영화 <내게 너무 예쁜 당신>처럼 모두다 너무 예쁘기만 할 뿐 내게 정말 예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새는 달랐다. ‘예쁘다’기보다 정말 ‘고왔다’. 너무 매끄럽지 않지만 곱고, 울퉁불퉁하면서도 섬세함이 참 마음에 들었다. 어두컴컴한 실내에서 빛나는 새의 정체를 알기 위에 더욱 더 유리문에 달라 붙어 안을 들여다 보니 언제나 무심히 지나치던, 그 제인에어를 닮은 접시들이 많은 집이었다. 남자가 문제가 아니었다. 다음 날 아침 눈물로 부은 눈을 마스카라로 치켜 세우고 어제 밤 감동시킨 새를 보러 작은 라이프 스타일 숍에 찾아 갔다. 그곳이 바로 ‘ASTIER de VILLATTE’였다.

in polascope. via iphone6, 2016.2

in polascope. via iphone6, 2016.2

귀족 가문인 빌라트(VILLATTE) 집안의 딸과 아들을 포함한 5명의 젊은 예술가들이 파리 근교에 모여서 아틀리에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가구와 식기를 제작했고 점차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하얗고 섬세한 식기들이 사랑을 받게 되었다. 당시는 파리에 가야 볼 수 있는 숍은 지금은 전 세계 유명 멀티숍이나 셀렉티드 숍에 가면 볼 수 있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었다. 심지어는 패션 제품들에 가장 걸 맞는 제품 마냥 옷들과 함께 디스플레이 되어 있기도 한다. 이유는 단 한가지다. 다른 오래된 명가(名家)의 제품들과는 달리 너무 권위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정감가는 ‘곱디 고운 투박함’, 그리고 ‘Old & New’를 제대로 반죽한 스타일리시한 고전미때문일 것이다. 오랜 전통의 유럽 식기들이 가지고 있는 화려하거나 고풍스러운 색에 비해 아스티에드 빌라트는 하얗다는 점도 사람들의 마음을 훔친 요인이다.
한눈에 봐도 울퉁불퉁한 것이 전부 손으로 만들어 졌고 똑같은 향초 홀더여도 아스티에드 빌라트의 것은 정말로 사연이 있는 것 같아 그 향마저도 우수에 깃들어져 있다. 빌라트 가의 형제 일부가 ‘리가드’라는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했지만 역시 내게 있어 최고의 제품은 아스티에드 빌라트이다. 화산재가 섞여진 흑토는 고온보다 저온에서 서서히 구워져 매우 가벼우나 깨지기 쉽지만 모든 일에 조용히 완벽을 다하는 느낌의 사람같아 정겹게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아스티에드 빌라트의 향초를 즐겨 사용하지만 최근 들어 인센스 또한 각광받고 있다. 특히 마리 앙트와네트의 얼굴이 있는 인센스 홀더는 길로틴에서 사라진 그녀의 얼굴이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로 섬세하다. 인센스 홀더와 함께 티파니 보다 더 설레는 블루 박스의 인센스들도 드라마틱한 향을 지니고 있다. 전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면서 점차 스누피, 존 데리안 등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며 다양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아스티에드 빌라트. 그 중에서도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발튀스(발타사르 클로소스키 드 롤라, BALTHARZAR KLOSSOWISKI de ROLA)의 아내 세츠코와 콜라보레이션 한 식기들이다. 2005년 유네스코 평화 예술가 상을 수상한 세츠코는 생전 남편의 그림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고양이를 비롯해서 그녀의 감성이 묻어 있는 작품을 선보였다. 세츠코의 콜라보레이션을 뒤로하고서라도 발튀스의 그림과 아스티에드 빌라트의 접시들을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거울 속의 앨리스, 1933년 작>나 대표작인 <발레리, 1993년 작>는 분위기가 매우 닮아 있기 때문이다.

in polascope. via iphone6, 2016.2

in polascope. via iphone6, 2016.2

in polascope. via RicohGR, 2016.2

in polascope. via RicohGR, 2016.2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 제품이 아닌 예술적 감성이 묻어나는 ‘투박하고 아름다운 하얀색 접시’들은 가격이 쉽게 살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에 하나씩 투자할 물건들을 발견한다면 용기를 내보자. 그저 유행이라고 물건을 사는 것 보다 자신을 발전시킨다는 생각으로 고가의 물건에 접근할 때는 언젠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발견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일을 만들어 낼 수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아낀다고 모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사치와 투자 사이에서 언제나 고민하면서 구입한 물건은 언젠가는 빛을 발한다.
자신의 감성에 윤활유를 칠하고 발전시킨다는 것은 투자가 필요하다. 엄청난 돈만이 투자가치가 아니라 몇 푼의 돈을 아껴가면서 구입한 물건은 꼭 예술 작품이 아니더라고 언젠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힘이 된다. 하얗고 투박한 아스티에드 빌라트 접시처럼 말이다.

  • in polascope. via iphone6, 2016.2
  • in polascope. via iphone6, 2016.2
  • in polascope. via iphone6, 2016.2
  • in polascope. via iphone6, 2016.2
  • in polascope. via iphone6, 2016.2

Brand Infomation

  • NameAstier de Villatte
  •  
  • Address173 Rue Saint Honoré,75001 Paris, France
  • Tel+33 1 42 60 74 13
  • Web sitehttp://astierdevillatte.com
  •  
1996년에 빌라트(VILLATTE) 집안의 딸과 아들을 포함한 5명의 젊은 예술가들이 파리 근교에 모여서 아틀리에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가구와 식기를 제작했고 점차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하얗고 섬세한 식기들이 사랑을 받게 되었다.
지금은 전 세계 유명 멀티숍이나 셀렉티드 숍에 가면 볼 수 있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었다.

@astierdevillatte